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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국제정세의 전망 : 세계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6가지 덕목"

(서울, 1992년 10월 6일)

감사합니다. 여러분!

본인은 어제 영광스러운 서울평화상 시상식의 흥분을 지금껏 감출 수가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법이고, 그래서 미래에 대하여 예측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본인은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무엇이 일어나느냐 하는 것을 우리 앞에 가로놓인 여러 문제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미래는 숙명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주어진 문제와 기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입니다.

본인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행정부에서 처음으로 워싱턴 근무를 시작했었는데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대통령과 함께 정부의 입장에서 만일 "적의 공격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하는 문제를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그러한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우리의 관심을 고무시키려고 노력했었으며 그 참뜻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셨습니다.

대통령은 아마도 위대한 장군으로서의 과거 경험에서 나온 얘기겠지만, "계획은 무가치하다. 그러나 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대통령이 하신 말씀의 뜻은 일단 작전이 시작되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발생하고 본래의 계획대로 정확하게 진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만일에 계획을 수립하는 절차를 밟지도 않고,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양상이 어떤 모양이 되겠는가를 생각해 내려는 절차도 밟지 않는다면 우리 앞에 놓여진 여러 문제를 대처해 나갈 수 없으며 적극적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미래의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경우에 본인은 언제나 이 일화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그래서 본인은 오늘 어떻게 일을 처리해 가느냐에 따라서 여러분의 나라나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미래에 관해 토의해 볼까합니다. 즉 국가의 지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자국을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미래의 과제들을 토의하려 합니다. 본인이 지금 간략하게 거론하고자 하는 여러 문제들은 여러분에게는 국제적인 문제와 국내적인 문제를 혼합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근래의 학자들이 문제를 그렇게 분류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많은 부분에 있어 지구촌적인 환경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과거에 순수하게 국내적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국경밖에 끼치는 영향을 검토하지 않을 수가 없고, 또 국경 밖에서 일어난 문제들이 국내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국내적인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 문제들을 우리의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여러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첫째 문제는 세계가 국제무역이나 투자에 있어 얼마나 개방될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에 몇몇 창조적인 정치가들은 국제경제제도를 구상해 냈으며, 이 제도의 핵심은 국가간에 교역을 더 개방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정치가들은 1930년대의 대공황 시대와 그 당시 국제적인 물자의 유통에 대해서 경제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경제를 파괴하는 사태를 초래했었고 그 결과는 경제적 공황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전쟁의 촉진제가 되기까지 했음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무역개방 문제가 제창되고, GATT조직이 창설되고, 연속적인 회담을 통해서 세계는 더욱 더 개방된 교역제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그 제도에 큰 혜택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의 한국도 혜택을 받았고, 우리 미국도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앞으로는 어떨 것인가? 우리는 개방을 향해서 계속해 나갈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후퇴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현재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즉, GATT의 회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회담은 분명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여러분이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때, 불행하게도 이 성공에 돈을 걸자면 상당한 위험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에 이 회담이 실패로 끝난다면, 세계경제는 발전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고 보호주의로 역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이러한 역행을 막고, 전 세계적인 규모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호적이거나 지역적이라도 교역을 더 개방하는 노력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세계최대 교역국으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장개방을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개방의 노력을 유지하는데는 그야말로 진정한 정치적 신념과 결의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특정 이해집단이 자신의 경제분야를 개방하여 경쟁에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모든 정치적인 압력이 시장개방 노력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관한 미래를 예의주시 해야 할 것이며,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은 확고한 입장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자금공급의 증가율과 관련되는 것으로 이는 물론 총체적으로 볼 때 한 국가의 결정이 국제적인 여파를 끼치기는 하지만, 일개 국가에 있어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돈의 공급은 경제가 움직이는 방향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세계 통화공급과 그 변동과정을 도표상으로 보면, 주로 3대 경제대국인 독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움직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 곡선이 1990년을 전후해서 급강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우선, 그 사실 자체가 중대한 영향력을 지니는 것으로 세계경제를 극적으로 냉각시켰으며, 세계 도처에서 그 여과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재 유럽의 상황은 국가간의 통화관리를 잘못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는 예입니다. 유럽에서는 막대한 경제적인 여과를 수반했던 독일 통일이라는 일대 정치적 변혁이 있었고, 독일은 지금껏 그 문제를 수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영국이나 이 대륙의 다른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문제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유럽국가들을 하나로 묶으려 할 때 시장의 힘에 의해서 균열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각국 경제가 그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러한 결과는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이 그들 앞에 가로놓일 문제를 예견하지 못하고,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그들 지도자들에게는 큰 타격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세 번째 중요한 문제는 인종의 다양성, 민족의 다양성, 언어의 다양성, 종교의 다양성 등과 같은 오늘날의 복잡한 다양성에서 파생되는 문제입니다. 이 다양성의 문제는 최근에 더욱 부각되어 왔으며, 많은 경우 분쟁이라는 형태로 분출되고 있습니다. 한 나라나 세계 전체적으로 우리가 이 다양성 문제를 얼마나 잘 조절해 나가느냐에 따라 모든 나라들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아마 여러분은 이 문제가 예 유고슬라비아나 또는 구 소련에 한정된 것으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누구에게나 직면하게 되며 심지어는 그 구성이 단일 민족인 한국 같은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미국도 그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사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성이 큰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양성의 문제를 상호 조화시켜 나가는 일은 우리로서는 마치 숨쉬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면서도,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에 익숙해져 있으며 그래서 비교적 쉽게 세계의 다양성에도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한국은 구성상 단일 민족으로 여러분은 나라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단결이라는 장점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역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존재가 아니므로 세계의 다양성에 적응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양성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여러분 스스로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국이 안고 있는 문제가 동전의 앞면이라고 한다면,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같은 동전의 뒷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 봐야할 문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세 가지 요인을 더 언급하고자 하나 질문할 시간을 남겨두기 위해서 간단히 설명하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문제는 세계의 안보를 담당하는 국가들이 향후 적절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과거의 적대관계가 쇠퇴할 경우,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군사력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명히 과거의 적대관계가 진정으로 소멸되었을 때 우리의 군사적 필요성은 감소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에 우리가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안전보장 능력을 스스로 포기한다면 긴 안목으로 볼 때 큰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은 미국이나 여타 나라들이 유사시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대처하는가를 눈여겨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견입니다만, 본인은 일본이나 독일의 재무장을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뼈아픈 경험을 한 바가 있으므로 안보를 유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섯 번째 문제는 세계는 저축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의 저축이란 '소비의 자제'를 의미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미래에 있어서의 투자를 확대하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는 뜻입니다. 세계의 저축능력은 미래의 투자능력이나 미래의 자원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모든 나라가 이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나, 현대의 자본의 기동성을 감안해서 이 문제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고찰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본인은 여기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저축을 증가시키려는 노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국가에서, 그리고 몇몇 나라의 경우는 그 상태가 더욱 심각합니다만, 기간산업등 여타 여러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만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의 향방을 주시해야 합니다. 만일 본인의 우려가 옳다면 여러분이 부담해야 할 자금의 이자율이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교육부 장관님을 소개받았습니다. 본인은 그분에게 "직함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 아마 '미래를 위한 장관'이라 불러야 옳지 않겠느냐"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이 바로 미래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보와 지식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업사회는 과거의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향하여 가고 있는 사회는 새로운 환경인 것입니다. 앞으로 개인이나 국가의 성패는 얼마나 스스로를 잘 교육시키며, 정보와 지식의 시대에서의 가능성을 잘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는 각 나라에서는 물론이지만 특히, 국제적 교류에 있어서도 간과되어서는 안될 중요한 변수입니다.

본인은 한 국가의 지도자와 국민이 성취해야 할 과제, 그리고 보다 큰 효율성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요구되는 주요 과제를 중심으로 미래 문제를 논의해 왔습니다. 교역의 개방문제, 자금공급 문제의 이해와 관리, 다양성의 효과적인 관리, 우리의 안전보장을 확보하고 침략을 저지하는 능력의 배양, 우리의 투자능력을 결정하게 될 저축의 문제,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의 교육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내다보는 문제 등이 본인이 생각 할 수 있는 미래의 주요 변수인 것입니다.

한 국가에서, 그리고 국가간의 상호교류에 있어서 이러한 문제들이 잘 대처되어 나간다면 5년, 10년후의 세계에는 눈부신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실패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갈등과 경제적 침체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지도자와 우리의 정책을 조심성 있게 생각해 보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함께 효과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있는가를 이해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될 때 우리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