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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서울평화상 > 역대수상자 > 5회 수상자

김한길 장관님, 이철승 이사장님, 서울평화상 위원 여러분,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저에게 2000년 서울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베풀어 주신데 대하여 서울평화상문화재단에 감사 드립니다. 이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커다란 영광입니다. 우리 UNHCR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수상을 난민과 삶의 기반을 빼앗긴 사람들을 위하여 우리가 지난 50년간 일해온 것을 환영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상의 수상은 또한 저 개인적으로도 큰 영예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일본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21세기의 시작에 즈음하여, 1980년대에 한일 양국의 21세기 위원회 위원으로서 긴밀한 한일 관계를 위하여 일한 적이 있는 저로서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큰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저의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 UNHCR은 서울평화상문화재단과 세계평화와 화합 증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난민들을 보호하고 도움을 줌으로써 이 목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난민들은 분쟁을 피하기 위하여 생겨나기 때문에 우리의 임무는 전쟁을 억제하고 예방하는 한 방법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우리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그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권위 있는 서울평화상의 수상으로 큰 격려를 받고 있습니다.

UNHCR은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출범하였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 UNHCR을 창설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후 50년이 지나도록 세계는 여전히 강제된 난민 및 유민 문제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UNHCR의 임무는 계속 새로워지고 그 활동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120개국에 5,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오늘날 UNHCR은 난민, 국내 유민, 송환된 사람들, 기타 삶의 근거를 상실한 전세계 2,200만 명의 사람들을 위하여 일하고 있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11년전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고 냉전은 끝났습니다. 동서관계는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로 이행하였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도 이와 유사한 극적인 변화를 곧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한반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통일 정책들을 대단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만남은 새로운 시대를 열고, 아시아에서의 냉전과 분단을 종식시킬 것입니다. 인도주의적 의미는 이미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산가족이 다시 합쳐지고 난민들이 그들의 조국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다른 곳에서는 불행히도 인종간의 긴장, 분리주의자와 테러리스트 활동 등으로 야기된 국내 분쟁으로 평화는 위협받고 있으며 해결책은 좌절을 겪고 인류의 고통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전쟁은 대립하는 종교적 인종적 단체들 상호간의 긴장관계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선량한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목표로 삼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태를 1994년 이후의 르완다에서도 보았습니다. 발칸 특히 보스니아 내전과 그 후의 코소보 위기 사태에서도 목격하였습니다. 시에라리온에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잔인하고 야만적인 신체절단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북부 코커서스 특히 체첸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특히 많은 노인들이, 무차별 주택파괴로 집을 잃었습니다. 동티모르에서는 지난해 반독립파 민병대들이 수천 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많은 사람들을 강제로 내쫓았습니다.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고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고통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은 우리 전지구적인 목표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분쟁의 결과를 다룰 뿐 그 근본 원인에는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라는 말이 의미하는 그대로 평화가 구축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의 인도주의적 노력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UNHCR이 그 기본적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 다루어져야만 하는 몇 가지 근본적인 분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난민 업무는 각국이 우리 UNHCR을 강력히 지원할 때에만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분쟁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정치적 노력을 의미합니다.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의지 없이는 (또한 여기에 덧붙여서 UNHCR과 기타 인도주의 단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 없이는) 우리의 노력은 지속되지 못 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둘째, 우리는 분쟁이 끝난 후 평화가 정착되기에 앞서서 맞이하는 전환기에 특별히 요구되는 과제들을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널리 알려지는 인도주의적 비상사태에 대한 자원의 지원은 즉각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난민 귀환을 공고히 하고 인프라를 복구하는데 투자가 필요한 때에는, 우리는 세계의 관심을 끄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때로는, 비참한 상황이나 죽음의 장면이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오늘날 많은 분쟁후의 상황은 곪아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가 바로 평화를 공고히 하고 더 이상의 난민 이동을 예방할 수 있는 중대한 시기인 것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런 중요한 점들을 일일이 설명 드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난민 업무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간략히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난민은 수많은 선을 넘는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국경을 넘어 탈출을 함으로써 난민이 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고통은 흔히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맥을 같이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난민 이동의 복잡성을 설명해주는 또 하나의 예로, 그들의 인간적인 고난은 그들이 탈출하게 만드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원인과도 뒤엉켜 있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분쟁은 난민을 만들어 냅니다. 난민은 오늘날 비극적인 상황들의 중심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난민들은 집 없는 불한당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무시당하는 집단으로 그들의 권리는 거부당하고 스스로를 지탱할 수단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많은 나라의 사람들은 난민에 대하여 고정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들은 난민을 일자리와 집과 사회적 혜택을 앗아가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범죄 행위에 가담하는 사람들,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야 하는 사기꾼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박해와 분쟁을 피해 오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되살려야 합니다.

오는 12월 UNHCR 창설 50주년에 즈음하여 우리는 독립된 난민 교육 신탁 기관(Refugee Education Trust)을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이 기관은 두 가지 목적으로 설립됩니다. 첫째는 난민 청소년들에게 중등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고, 둘째는 난민들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특히 교육을 통한 기회가 부여된다면, 그들이 이주해 있는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들의 조국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희망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입니다.

끝으로, 제가 여러분께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저는 서울평화상의 상금을 앞서서 말씀 드린 난민 교육 신탁 기관에 할당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베풀어주신 관용은 많은 난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이룩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넓은 아량은 우리 UNHCR이 난민들을 위하여, 특히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젊은 난민들을 위하여, 항구적인 유산을 물려주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