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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서울평화상 > 역대수상자 > 10회 수상자

오늘 받은 서울평화상은 제게 있어 수상의 영예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무엇보다 예술을 추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과 헌신을 다하겠다는 윤리적 약속과 다짐의 상징입니다.

저는 이 서울평화상을 '엘 시스테마'의 설립 이후 변치 않는 믿음과 마음으로 지난 40년을 저와 함께하며 청소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육성과 교육을 위한 네트워크를 세우는데 헌신한 모든 교육자와 예술가들에게 바치고자 합니다. 우리는 맡겨진 과제와 임무를 수행하면서 인간사회에서 친목, 유대감, 화합, 평화, 그리고 공조가 갖는 중요성을 날마다 되새겼습니다.

이런 가치를 반영하며 그 중요성을 알리는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세계 모든 사회에 평화와 인류애의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모범이라 생각합니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은 서울평화상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의 실천에서 얻어지는 가장 값진 열매는 평화라는 것을 되새겨주고 있으며, 문명의 원동력이 교육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림으로써 재단이 맡은 임무와 부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한국을 대표해 저희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응원해주시고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 그 임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신숭철 대사님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이며, 또 베네수엘라에서 오랜 기간을 머물며 저희들이 목표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힘써주고 수고해주신 한국의 훌륭한 음악가 곽승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바입니다. 곽승 선생님께서는 특히 저희 '엘 시스테마'가 베네수엘라 각지에서 37만 명 이상의 중산층 및 빈곤층 청소년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을 육성하는데 있어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셨기에 저희는 길거리를 방황하는 소외된 청소년과 아이들,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는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들, 정신장애나 지체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과 아이들, 그리고 감화원이나 교도소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었고, 전문 음악가로 거듭날 꿈과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울 기회를 접했고, 그때 얻었던 즐거움과 배움의 기쁨을 소외된 베네수엘라 청소년들과 함께 나누고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배우고 연주하는 즐거운 기회가 더욱 많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랬고, 음악을 통해 폭력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저는 음악처럼 아이들의 영혼과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예술처럼 꿈과 아름다움을 승화시켜주는 것이 없다고 믿습니다. 이런 믿음으로 본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설립하고자 하였고, 또 이것이 집단과 공동체, 나아가 국가 전체가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협력과 화합과 공존을 토대로 발전하는 사회로 나가는 계기가 되길 소망했습니다.

이런 취지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1975년 2월 정식으로 설립되었고, 존경하는 몇몇 베네수엘라 음악가들의 도움과 함께 사회지향적인 예술 교육의 기반을 세워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통한 인재교육법을 구상하였습니다. 오늘날 '엘 시스테마'는 유럽과 아시아에까지 그 활동영역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최근 남아공,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에도 활동을 위한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는 이제 그 꿈을 넓혀 범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달리고 있습니다.

영향력 있는 사회공동체 운동으로 발전한 본 시스템의 정신 덕분에 이제 베네수엘라에서 음악은 콘서트 홀에서만 흐르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도 흐르는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음악은 방탕함, 마약, 혼란, 폭력을 억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삶으로 이끌어주는 촉진제가 되었습니다. 음악이 심어주는 영적인 풍요로움은 사람들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것이며, 정의로운 사회와 문화를 추구하는 정신은 결국 세계평화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마음에 끝없이 흐르는 기쁨과 희망을 심어줘야 합니다. 인간은 마음에 평화가 있어서야 희망과 기쁨을 얻고, 이런 희망과 기쁨은 곧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세우는 원동력이 됩니다. 예술이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듯, 올바른 정서와 이상은 인류발전을 위한 힘과 윤리적 가치관을 키워줌으로써 모든 아이들이 웃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희망과 사랑이 가득 찬 아름다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유토피아를 꿈꾸는 저희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해주신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시어 희망 찬 세상과 평화의 상징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